제주대학교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진 13개월 영아의 약물 과다 투약 사고와 관련해, 당시 적어도 5명 이상의 간호사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간호사들이 약물 과다 투약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의사에게 보고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당시 간호사 5명 과다 투약 사실 인지…의사는 몰랐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3개월 영아 고 강유림 양이 제주대병원 코로나병동(42병동)에서 호흡곤란을 일으킨 건 지난 3월 11일이었습니다.
당시 의사는 심장 박동수 증가와 기관지 확장 등에 사용하는 약물 '에피네프린' 5mg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흡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가 흡입방식이 아닌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입해 결과적으로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이 과다 투약된 것으로 병원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병원은 나중에 이 사실을 유족에게 설명했는데, 당시 약물을 주입한 간호사 A가 이 사실을 B, C 간호사에게 알렸고, D 간호사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나중에 수간호사 E 씨까지 이 사실을 보고받으면서 적어도 간호사 5명 이상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림이는 약물이 주입된 뒤 발작을 일으켰고, 이후 감염전문병동(43병동)으로 옮겨졌습니다.
해당 병동에는 유림이 담당 의사(소아·청소년과)와 레지던트, 또 다른 소아·청소년과 교수 2명 등 모두 4명의 의사와 함께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일부 간호사도 들어와 응급처치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유림이는 회복하지 못했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끝내 숨졌습니다.
제주대병원 측은 당시 의사들이 간호사들로부터 약물이 과다 투약된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고, 은폐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찰은 압수한 의무기록에서 에피네프린을 '주사기'로 투약한 사실이 수정되거나 사라지는 등 기록이 조작된 정황을 확인하고, 당시 과다 투약 사실을 의료진이 정말 몰랐던 건지, 이 사실을 즉시 알렸다면 유림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 누군가 보호자 입실 동의서 ‘대리 서명’도
유림이 부모(보호자)의 각종 동의서에 의료진이 대리로 서명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과다 투약 사고가 발생하기 전 작성된 유림이의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보호자 입실동의서'와 소아 낙상 예방 안내문, 손 위생과 기침 예절 안내문, 통증 관리 안내문, '음압 입원치료병실 입실 동의서'에 누군가 부모 대신 대리 서명을 한 겁니다.
서명 시각은 3월 11일 오전 10시 30분~50분경으로, 해당 동의서에 적힌 유림이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 역시 모두 틀리게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의료진 가운데 누군가가 부모 명의의 각종 동의서에 임의로 서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사문서위조 및 사문서위조행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달 28일 강사윤 진료처장(부원장)의 공식 사과 이후, 수사 중을 이유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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