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4거래일 만에 일제히 반등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12% 이상 폭락하면서, 위험 투자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
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00% 상승한 3만3286.25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57% 오른 4277.8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9% 상승한 1만3255.55에 장을 마쳤다. 최근 3대 지수는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하락세를 보였다가, 이날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7.63% 내린 32.45를 기록했다.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는 방증이다.
증시가 가장 주시하는 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유가 향방이다. 유가 폭등이 인플레이션,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며 투자 심리를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얀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시는 원자재 가격 변화에 따라 계속 신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갑자기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무려 12.1% 내린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급 충격 우려가 조금이나마 누그러진데 따른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에 빠른 추가 증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OPEC+는 실질적인 원유 공급의 키를 쥔 조직이다. OPEC+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는 와중에도 하루 40만배럴 증산 입장을 고수해 왔다. OPEC+가 생산량을 늘린다면 그나마 공급난을 해소할 수 있다.
이라크 역시 증산 대열에 동참하는 기류다. 이라크는 OPEC+가 요청하면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ABC와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두고 “냉정해졌다”고 발언한 것도 주목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냉정해졌다”며 “나토는 러시아와의 충돌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요구하는 나토 가입 포기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최악의 전쟁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외환거래업체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다소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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