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이르러 갑작스러운 굉음이 온 동네에 울려퍼집니다. 의아한 마음에 창 밖을 내다보니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불과 100m 앞 유치원 건물이 중심을 잃은 채 앞으로 기울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상도유치원'을 보면서 비로소 무슨 사태가 일어났는지 알았습니다. 인근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져 지반이 침하하면서 지하 1층, 지상 3층의 유치원 건물이 10도 가량 기울어진 것입니다.
바로 앞 건물이 붕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해가 뜨자마자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상황을 살폈습니다.
날이 밝으니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현장의 처참한 몰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더욱이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있다고는 하나 바로 옆에 상도초등학교 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학생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분주한 상황을 뒤로 하고 출근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상도동 골목길의 공사 현장들이 눈에 띕니다. 실제로 요근래 상도동 일대에서는 골목마다 크고 작은 공사가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근에서 대형 사고가 벌어졌음에도, 공사 현장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건축 공사로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예측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공사업체의 과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유치원 근처에서 이런 공사를 벌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추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동작구청과 서울시 당국의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7일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발생했었다"며 "지속적인 항의에도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서울상도유치원 재난 발생 현황 보고'에 따르면 상도유치원은 올해 5월 구조 안전진단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6월과 7월 1·2차 계측에서는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지만 8월 22일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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